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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 조회수 225
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 2025.03.14

 

윤은기(예 중위, 학사70, 공군전우회 정책자문위원)

 

지난 36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전투기 오폭사고가 발생하였다. F-16 두 대가 발사한 MK-82 폭탄 8발이 목표지점을 약 2Km 벗어난 지역에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고원인은 전투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입력하여 발생한 일이며, 모든 조사가 완료되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것이다. 피해 규모는 중경상자 19, 입원치료자 총 7, 건물전파 2, 다수의 주택과 상가, 비닐하우스 축사, 차량등 총 152건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다. 피폭 지점이 인구 밀집 지역이었더라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유다. 지역주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언론에서도 어이없는 오폭 사고라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조종사들이 기강이 해이해져서 발생한 사고라는 비판도 있고 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참관하는 대규모 화력훈련이라 조종사들의 긴장도가 높아져서 사고가 났을 거라는 추측기사도 있다. SNS와 유튜브 방송에서도 오폭 사고에 대해 온갖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공군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다 지금은 민항기 회사에서 일하는 K기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숙달된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비행과 공학적 지식을 가진 훈련 조종사에게 최소 3년의 훈련 기간과 수백 회의 실제 비행 그에 버금가는 횟수의 모의 비행이 필요하고 이런 훈련을 위해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조종사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언론에 나와 엉뚱한 해설을 하거나 유튜브 방송에서 음모론까지 나오는 걸 보고 참다못해 올린 글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양성하기도 어렵지만 조종 임무 수행은 더 어렵다. 전투기 조종은 매번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고난도 임무다. 비행시간이 쌓였다고 편안하게 조종간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전투가 아니라 평상시 기본임무 수행이나 훈련 중 순직자가 나오는 게 조종사의 숙명이다. 이걸 알면서도 조종사를 지원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 조종사는 호국영웅들이다.

 

20221월 서산비행장에서 B소령이 조종하던 F-35가 동체 착륙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20Kg 가까운 독수리가 엔진에 빨려들어간 것이 바퀴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이었다. 조종사는 비상탈출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비상탈출의 최종결심 권한은 조종사에 달려있다. 조종사는 기체를 바다로 향하게 하고 비상탈출하는 대신 목숨을 걸고 동체착륙을 감행하였다. 기체가 바다에 빠지면 자유진영이 보유한 최첨단 5세대 전투기가 통째로 적성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동체착륙은 완벽하였다. F-35 동체착륙은 세계최초의 기록이다. 이 조종사의 살신성인 애국심과 완벽한 조종 기량은 이를 지켜본 미국 공군도 감탄하였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호국부자의 묘가 있다.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다가 순직한 아버지와 아들의 묘소다. 아버지 박명렬 소령(공사26)1984년 팀스피릿 훈련 중 충북 청원군 상공에서 순직하였다. 31세였다. 아들 박인철 대위(공사52)2007720일 야간요격 임무를 수행하다가 태안반도 서북쪽 해상에 추락하여 순직하였다. 27세 꽃다운 나이였다. 아들은 유해를 발견할 수 없어 비행 전 남긴 유품을 함께 묻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부자가 순직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조종사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나라를 지키려면 강한 국방력을 유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보라. 인접 강대국의 무력 침공으로 3년 동안 수많은 국민이 죽고 영토를 상실한 채 굴욕적 휴전을 강요당하고 있다. 국방안보 없이는 자유도 평화도 번영도 없다. 지금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고 있다. 현대전을 직접 체험하면서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우주력, 핵 추진 잠수함, 첨단 전투기 등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우리에게 닥친 현실적 안보위협이다.

 

군은 끊임없이 강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 중 사고가 날 때마다 군 전체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전문성이나 정확한 정보 없이 시시비비를 다투는 것도 삼가야 할 일이다. 민심을 수습한다고 희생양을 찾는 것도 고쳐야 할 구태다.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더 좋은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군은 이를 통해 더욱 강해져야 한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대국민 발표를 하였다. 첫째,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둘째,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 셋째, 피해자와 피해지역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 넷째,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저에게 있다. 특히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자신에게 있다는 말에서 장군다운 결기가 느껴진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도 전투기 조종사다. 평생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다. 지난 219일에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을 시험비행조종사(test pilot)와 함께 탑승하여 직접 조종하였다. 4,500미터 상공에서 시속 1,000Km 이상으로 비행하면서 F-16과 합동으로 공중작전 능력을 검증하였다. 참모총장이 직접 시험비행에 나선 것은 최신 국산 전투기의 성능과 안전성을 알리고 공군 조종사들과 장병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KF-21은 내년부터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되어 앞으로 주력 기종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시험비행 조종사 이외에 KF-21를 조종한 사람은 이영수 총장이 최초다. 공군에서는 평소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군인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이 나왔다.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초유의 일이다. 철저하게 원인을 찾아내서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잘못이 드러난 사람은 법과 규정에 따라 직위 고하를 불문하고 처벌하고 징계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군을 더 강하게 하는 일이다. 국민이 군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군의 사기는 국민의 성원에서 나온다. 훈련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 전체를 비난하면 안된다. 오늘도 전투기 조종사들은 조국 영공을 지키기 위해 뜨거운 마음으로 출격한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청년 시절부터 새겨진 사생관이 있다.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 // 사 진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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