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할 차기전투기(F―X)의 중요성은 5∼10년 뒤의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종 후보기종 선정이 3파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단독 기종에 대한 선정 여부만 판단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은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절차의 측면에서 최종 결정기구인 방위
사업추진위원회가 3개 기종에 대한 평가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입찰에 참여한 기종 가운데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는 사업비 초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유럽 EADS사의
유로파이터는
상호 합의 조건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이유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국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총사업비 요건(60대 도입에 8조3000억 원)을 충족해 단독 후보 기종으로 선정됐다. 결국 성능 등에 대한 고려보다 재정 등 외부적 요건만으로 차기 전투기 후보에 오르게 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차기전투기가 구현해야 할 전략적(戰略的) 목표가 흐려졌다는 사실이다. 제1 목표는
북한의 핵 개발 등에 맞서 그 위협을
사전에 인지·제거하고, 유사시 북한의 방공(防空)망을 무력화하면서 주요
시설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다음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잠재적 안보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스텔스 기능이 필수적이다.
공군이 요구한 F―X 사업의 핵심 요건이기도 하다. 이미 F-35 도입을 결정한 일본은 4∼5년 뒤에 스텔스기를 운용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와 중국 역시 스텔스 시험에 열심이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적절한 가격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전략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포퓰리즘
복지 예산 때문에 국가 안보가 표류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